◆《 “시종일관(始終一貫)” 》◆ 황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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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종일관(始終一貫)” 》◆

황  재  종

"知彼知己,百戰百勝,不敗!" "必死卽生,必生卽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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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일관(始終一貫)

재주 좋은 놈은 뭐든 척척 해낸다. 

신기하다. 타고 났다. 그 꼴을 어눌한 놈이 보면 속에서 천불난다. 환장한다. 그런데, 세월이 한참 지나서 보면 이상하다. 재주 좋은 놈은 밥 빌어먹고, 어물거리던 놈은 와인잔에 나이프 씻고 있다. 우째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삶이란, 지뢰밭길 같다. 

내심 스스로 경계를 하지만, 돌발 변수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적용이 될 수 있다. 때로는 꿈도 꾸지 못한 시나리오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남 탓으로 돌리면 홧병 나서 나못산다. 차라리 내 탓이요 하고 자성하는 게 속 편타. 

누구나 마른 땅을 밟고 싶고 탄탄대로를 달리고 싶을 게다. 

그런데, 인생이란 길은 그렇지가 않다. 엿 같다. 달콤하다가도 좀 추우면 뚝 부러지기 십상이고 더우면 축 늘어 터져 조금만 틀어도 배배 꼬인다. 갈 길은 먼데 해는 지고 바람도 불고, 빗방울까지 낯짝을 때리고 짐은 점점 버겁다. 누가 그랬나, 인생은 고해(苦海)다. 

다행일까 불행일까. 

허구헌날 쨍하고 해 뜬 날만 계속되면 얼마나 좋을까. 근데 가만 생각하면 그건 가뭄이 아닌가. 어머나? 그동안 천재지변을 꿈꾸었단 말인가? 천 날 만 날 마른 땅엔 먼지가 풀풀 날 릴 것이고 목말라 못살겠다. 해가 지지 않으면 몰래 재미난 놀이도 못하거니와 물이 질펀해야 야간작업도 즐거운 법, 이것이 바로 어둠과 궂은날의 오묘한 미학(美學)이렷다.

어쨌든 재주 좋은 놈은 날래기도 하지. 

비가 오면 잽싸게 비를 피한다. 추우면 따뜻한 곳으로 철새처럼 훌 떠난다. 당장에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을뿐더러 도처에 할 일이 넘치니 몸이 하나인 게 애통하다. 늘 새로워 신난다. 그런데, 진작에 마음먹고 하던 일은 어느 상간에 형질변경 되어 있다. 날이 가고 달이 가고 해가 바뀌도록 시시때때로 하는 일이 자꾸 바뀌니 어라, 뚜렷하게 해놓은 게 없네! 세월은 갈수록 더 날래기만 하고 재주는 점점 무뎌진다. 노안이 시작됐나, 쉬 앞이 뿌옇다. 

한편, 미련한 놈은 뭐 하나 하려해도 퍼뜩 되는 게 없다. 

실컷 다 하고 나면 첫 단추부터 잘 못 꿰었고, 마치 맞게 꿰었다 싶으면 마지막 단추가 어디 날아가고 없네. 니미, 아구가 절묘하게 안 들어맞는다. 달리 선택 할 깜도 없다. 뒤퉁스런 인간 궁뎅이 두들기며 이쁘다고 입에 밥 떠 넣어주는 호호할머니는 벌써 돌아가셨다. 금은동 도끼 삼종세트 들고 나와 인간성 테스트하는 산신령님은 동화책에서나 숨어살지 이 따위 속세에는 안 산다. 

어눌한 재주가 한탄스러워, 

어무이 왜 날 낳으셨나이까! 속으로 눈물 삼키며 이를 악문다. 아가리 벌리고 감 떨어지길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 어쨌거나 스스로 살아 나가야 한다. 더러워도 참고, 귀찮아도 꿈적거려야지. 그래 분수껏 살다가 가는 거지 뭐. 무소의 뿔처럼 뚜벅뚜벅.... 어! 저기 누군고? 아하, 난다긴다 하던 그 재주꾼 아닌가. 동분서주 날뛰더니 제풀에 지쳐 퍼져버렸네. 그래, 앞날이 구만린데 같이 길동무나 할까? 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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