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의 비밀 수첩 ♣
일요일을 맞아 모처럼 서랍을 정리하는데 구석에 숨은 검은 수첩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누구의 것일까?'
손 때가 많이 묻은 그 수첩을
설레는 마음으로 펴 보았다.
비스듬하게 누운 글씨,
바로 엄마의 수첩이었다.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한 장 한 장 넘겼다.
내용은 잡다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제사 때 올려야 하는
음식 재료라든가.... 엄마가 좋아하는
노래가사 몇 구절, 언제인지 기억 나지는 않지만,
나를 야단치고 마음 아파 적은 몇 줄의 글....
별 것 아니겠지 했는데....
읽다보니 엄마의 인생이 고스란히 느껴져 왔다. 중간 쯤 보았을까.... 갑자기 수첩 맨 뒷 장을 열었다. 왠지 특별한것 이 적혀 있을것만 같았다.
거기에는 내가 모르는 낯선 지명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전국 방방곡곡을 망라하는 지명이었다. 엄마가 왜(?) 이걸 적어 두었을까.... 궁금했다.
친구가 사는 곳도 아니고, 먼 친척의 주소지도 아닌데.... 한~참 생각하다 나는 무릎을 '탁' 쳤다.
'맞아 바로 그거야!' 그랬다.
엄마에겐 한가지 습관이 있었다. 아름답고 소박하고 한적한 산골 마을이 텔레비전에 소개 되면.... '다음에 꼭 가 보겠다.'고 하면서 여기저기 메모하시곤 했는데, 그 목록을 수첩에 따로 적어 오신 것이다.
그 마을 이름이 이렇게나 많았다니.... 순간 가슴이 찡~했다. 이 많은 곳 가운데 엄마가 가 보신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날마다 우리 가족을 돌보느라 엄마의 몸과 마음은 여행을 떠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수첩을 제자리에 두면서 마음 속으로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엄마가 꿈꾸는 곳에 나중에 저랑 함께 가봐요....~!' 그러자, 내 가슴이 소풍 떠나는 아이처럼 들뜨는 것 같았다.
부억 쪽을 쳐다보니 엄마는 오늘도.... 우리 가족의 저녁을 짓느라 한가지 소망도 잊은 채 바쁘게 움직이고 계셨다.
- 좋은 생각 중에서 -
♬ 찔레꽃 / 이연실 작사, 박태준 작곡, 이연실노래 ♬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배 고픈날 가만히 따 먹었다오 엄마 엄마 부르며 따 먹었다오밤 깊어 까만데 엄마 혼자서하얀 발목 바쁘게 내게 오시네밤마다 보는 꿈은 하얀 엄마꿈산등성이 넘어로 흔들리는 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