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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고전 서체인‘판본필사체’로 다양한 자형의 감성 표현이 가능한가? - 5 -




‘한글’

고전 서체인‘판본필사체’로

다양한 자형의

감성 표현

가능한가?



- 5 -




송강가사

 

조선 선조 때의 문신이며 시인인 송강 정철(15361593)의 가사와 시조 작품을 모아 엮은 가집(歌集)입니다. 목판본으로 여러 이본(異本)이 있으나 그중에서 이선본, 성주본, 관서본의 세 판본이 전하고, 의주본과 관북본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 밖에 필사본이 가끔 발견되나, 완전한 모습을 갖춘 것은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한자와 [한글]을 혼서한 것으로 한자로 된 것은 그 밑에 같은 크기의 [한글] 음을 달았습니다. 외형은 세로가 긴 직사각형의 자형을 이루고 있고 아래아(), 세로획, 모음의 점 등을 해서체 형태로 쓴 것을 볼 수 있으며 방점은 없습니다. 또한, [한글]의 종성은 글자의 가로 크기보다 작게 쓰여 있고, 세로획은 기필과 행필, 수필이 각기 다른 운필을 보이는데 기필은 짧고 가늘게 하고 행필은 굵게 수필은 전체적으로 둥글게 표현하면서 다양한 변화가 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육필(肉筆)을 방불케 할 정도로 유려합니다.

 

[] 송강가사  [조웅전

 

조웅전(趙雄傳)

 

조웅전은 조선 후기에 널리 유행했던 [한글]소설 중의 하나로 저자와 창작 연대를 알 수 없으나, 18세기 후반이나 19세기 초로 보고 있습니다. 필사본은 물론 판각본으로도 경판, 완판, 안성판으로 간행된 바 있으며, 활자본은 10여 종 가량이나 알려졌습니다. 내용은 송나라 조웅의 활약상을 그린 것으로 임금과 신하 간의 충의를 주제로 한 군담소설입니다.


글자의 가로 서선(書線)은 오른쪽을 다른 서체에 비해 많이 올려 운필하였고, 흘림체형으로 자간의 연결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부분에 따라 흘림 정도를 약하게 표현하기도 하고 강하게 표현하기도 하여 쓰는 등 시기에 따라 각기 다르게 표현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징을 살펴보면 종성 ''에서 대부분 흘림의 형태가 나타나지만, 초성 ''에서는 정자의 형태로 표현하였던 것입니다. ''은 둥근 형태가 아닌 삼각형에 가까운 형태를 취한 특징이 있다. 모든 글씨에 강한 방필화가 나타나 판본의 맛을 더해 준다고 할 수가 있습니다.

 

조맹부의 글씨

 

조맹부(1254~1322)는 정치, 경제, 시서화에 넓은 지식을 가졌으며, 특히 서화에 뛰어났습니다. 중국 송나라 종실 출신으로 원나라의 화가 서예가이며, 자는 자앙(子昻)이고, 호는 집현(集賢), 송설도인(松雪道人)입니다. 서예에서는 안진경의 박력 있고 균형 잡힌 서체를 따르던 주류를 넘어 왕희지의 우아하고 서정적인 서체를 본받아 자신만의 '조체' 또는 '송설체'를 만들었으며, 글씨와 그림은 근원이 같다는 '서화동원(書畵同源)'을 주장하였습니다. 그림에서는 남송의 원체화 화풍을 배격하고, 북송의 화풍으로 되돌아갈 것을 주장하였습니다. 그림은 산수, 화훼, 죽석, 인마 등 모든 부분에 뛰어났으며, 서예는 특히 해서, 행서, 초서의 품격이 높았으며, 당시 복고주의의 지도적 입장에 있었던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조맹부의 '송설체'는 고려 말에 수용되어 신진사대부를 중심으로 성행하였고, 조선 초기의 대표적인 서체로 쓰였으며 토착화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송나라 태조의 후손이면서도 원나라를 섬겼던 조맹부이기 때문에 후세에 명분상의 비난을 면하지 못했으며, 정치 세력의 교체와 함께 '송설체'에서 왕희지 중심의 서풍으로 변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조맹부의 '송설체'의 수용은 신라 이후 왕희지, 구양순 중심의 서풍에서 벗어나 일대 전환을 하게 된 점과 조선 시대 대표적인 서예가인 안평대군을 중심으로 최초의 서예유파를 탄생시킨 부분은 서예사적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판본필사체를 정리하며


[한글] 창제 당시의 서풍은 고려 말에 수용된 조맹부의 '송설체'가 유행하고 조선 초기의 대표적인 서체로 쓰였다. '송설체'[한글] 서체에도 많은 영향을 주어 [한글] 창제 당시의 판본고체에서 판본필사체로 빠른 시기에 서체변화를 하게 되었다. 또한, 16세기에 이르러서는 사대부들 사이에 시조와 가사문학이 유행되어 판본필사체가 다양하게 발전하게 된다.


판본필사체의 특징을 살펴보면 정사각형에 가까운 자형에서 직사각형 또는 사다리꼴을 세워 놓은 모양의 자형으로 바뀌었고, 획의 굵기와 가로획의 기울기가 생겨 판본고체보다 동적인 느낌이 생겨 생동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획의 운필 방향이 판본고체보다 다양하여 단순한 맛에서 다양한 조화미를 느낄 수 있으며, 획이 모가 나지 않고 원만하여 원숙한 느낌을 줍니다.

 

판본필사체는 판본고체에서 일정한 굵기를 유지하던 획이 필사본의 필의를 살려 기필, 행필, 수필의 뚜렷한 변화가 보이면서 운필상의 다양함을 가져왔다고 할 수가 있습니다.

 

이러한 판본류 서체가 필사화 되고 붓글씨의 맛이 가미되어 아름다움이 한껏 더하게 되었고, 정돈된 멋과 자연스러움을 표출해내기도 한 궁체나 민체의 형성을 가져오게 된다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