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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 위 아내의 편지


밥상 위 아내의 편지





축축한 비가 내려

날씨도 마음도 꾸무럭하여 즐겁지 못한 하루.
남자는 평소보다 늦게 집에 돌아왔다.
그런데, 그날따라 밥상 위에는

반찬없는 식사와 함께 편지가

한 통 놓여 있었다.
집 식구들과는

전혀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편지 한 통!



과연 누구의 편지일까?
그는 잘 차려진 밥상에 앉아

먼저 숟갈을 들었다.
밥을 맛있게 먹은 그는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여유롭게 편지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여보! 접니다!'로 시작되는

아내의 편지였다.
새삼 이게 무슨 짓인가 !

어울리지 않게~~
그는 심드렁하게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여보 저예요!

이 밥상은 당신을 위해 준비한

마지막 식사예요.
오늘 집을 떠나요.

'어디로 가느냐?'고는 묻지 마세요.

아니, 외국으로 떠나요.
이제 아이들도 제 갈길로 갔으니

저도 간다 생각하세요.
무슨 일이냐구요?

궁금해 할 것 같아서 알려 드립니다.
당신의 친구와 같이

떠나게 되었어요.
전에 당신 친구들을

집에 초대했었지요?
새벽까지 술 마시던 날.

누군지는 묻지 마시구요.
물론 곧 알게 되겠지만....
난생 처음 느껴보지 못한

황홀같은 것에 이끌려 그를 따라

나서게 되었어요.
하와이 무슨 해변에

별장이 있다고 하더군요....
지금껏 겨우 겨우 살아왔던 날들이

후회가 되기도 해요.
내 몸을 다시 알게 돼서

너무나 기뻐요.
당신도 이해하시리라 믿어요.
당신과 살아온 정이 25 년이니

이젠 날 놓아줄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아요.'




남자는 순간 빙긋이 웃으며 다른 여자를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제 내가 숨겨 온 여자와

자유롭게 만날 수 있다는 건가?
아내가 그녀와의 일을 알고

나를 떠난 것일까?
모든 금융 재산은 내게 있는데.....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홀로 떠났다?
남자는 천천히 흥분되기 시작했다.
슬그머니 장미빛 미래가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오 마이 갓.... 이런 행운이?
남자는 계속해서 편지를 읽어 내려 갔다.


'이제 당신을 떠나는 마당에

모든 것을 밝혀야 하겠어요.
사실은 결혼 전에 사귀었던 남자랑

그 후로도 자주 자주 만났네요.
용서를 구해요.

당신은 나에게 네 번째 남자였다는 것도....
항상 당신에게 미안했었죠...!'


남자는 그래도 얄궂은 미소를 지었다.
남자는 다 괜찮다고 생각했다.
모두 용서해주지....

암 용서하고 말고....

이제 먼 외국에 있을테니....
  
'그리고 당신과 잠자리는

내게는 최악이었어요.
당신은 항상 내 기분은 생각치 않잖아요.
전 항상 그게 불만이었어요.
그렇지만 마지막으로

당신을 잠시나마 사랑했었다는 것은

진심이에요. 믿어주세요.'

그리고 짧게 쓰여진

마지막 한 장의 편지가 남았다.
그는 흥분이

고조되기 시작했지만

단숨에 마지막 한 장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놀랬지? 여보야~!

사실은 고등학교 동창 모임이라 조금

늦을거예요 ㅎㅎ~!
여보야~ 이제 정신차렸지요?
이렇게 비참한 일이 일어나는 것보다는

차라리 멋진 옷 하나

사 주는게 훨씬 낫겠죠? ㅎㅎ~!


사실 어제 청담동에서

정장 한 벌 질러 버렸어요.
지름신이 강림하사....


당신을 떠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옷 한 벌은 용서해 주겠죠?
이백만원 조금....

사실 이백만원대이긴 한데....

거의 삼백에 가까워요....

2999000 .

어제 밤에 당신 호주머니에서

카드를 잠깐 실례했네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내 사랑 여보야.
12시까지는 꼭 들어 올께요~!.
모처럼 만나는 친구들에게

기 죽지 않으려고 그 옷을 입고....

만나러 갔으니, 자지 말고 기다려줘요.
그리고 괜찮은지도 보아 주시구요.

알았지요?
당신을 사랑하는 아내가.... 뽀뽀뽀...~!




남자는 게거품을 물고

그 자리에서 길게 뻗어버렸다.

                  


                            

[출처]  http://cafe.daum.net/stargeter/d6Ao/39